초나라의 소왕이 오나라와의 싸움에 져 나라를 잃고 도망했을 때,
양을 잡는 백정인 열이라는 자도 소왕을 따라 도망쳤다.
뒤에 소왕이 나라로 돌아와 그를 따랐던 사람들에게 상을 줄 적에 열의 차례가 되었다.
이때 열이 말하였다.
"대왕께서 나라를 잃었을 때, 저 역시 양을 잡는 일을 잃었습니다.
대왕께서 돌아오시어 저 역시 양을 잡는 일로 돌아왔습니다.
저의 벼슬과 녹은 이미 되찾은 셈입니다.
또 무슨 상을 논하신다는 말씀이신지요?"
임금은 억지로라도 그에게 상을 내리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양백정 열이 말하였다.
"대왕께서 나라를 잃었던 것은 저의 죄가 아니었기에 감히 그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대왕께서 돌아오신 것 역시 저의 공로가 아니기에 감히 그 상을 받지 못하겠습니다."
임금이 그를 보자고 하였다.
그러자 양 백정이 말하였다.
"초나라의 법도에 의하면 무거운 상이나 큰 공을 세운 자라야 임금을 뵙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 저의 지혜는 나라를 보존하기에는 부족하고,
저의 용기는 적 앞에서 죽음을 무릅쓰기에 보족합니다.
그래서 오나라 군대가 우리 영 땅을 침범했을 때,
저는 환난을 피해 도망쳤을 뿐,
대왕때문에 따라 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대왕께서 국법을 어기고 규약을 깨뜨리면서까지 저를 만나려 하시니.
그리되면 저는 천하의 사람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게 될 것입니다."
소왕이 사마인 자기에게 말하였다.
"양백정인 열은 미천한 신분에 있으나 사리를 헤아리는 데 있어서는 높은 식견을 갖고 있소.
그대는 나를 위해 그를 데려다가 삼공의 지위에 앉혀주오."
양백정 열이 그 말을 듣고 말하였다.
"삼공의 지위가 양 백정의 지위보다는 존귀하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만종의 녹이 양 백정을 함으로써 얻는 이득보다 훨씬 많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찌 벼슬과 녹을 탐하여 우리 임금으로하여금 함부로 상을 내리신다는 말을 듣게 하겠습니까!
바라건대 저를 양잡는 백정의 일로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는 끝내 상을 받지 않았다.
-출처; 제 28편 양왕(讓王)
-높은 자리를 주어할 사람은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실력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스펙이 화려한 사람도 아닙니다.
-높은 식견이 있고...
높은 도덕성을 가진 사람...
넓은 아량을 가진 사람이
높은 자리에 있어야 세상이 편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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