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편 설검(說劒)
옛날에 조나라 문왕이 칼을 좋아하여 문하에 삼천 검객이 식객으로 모여들었다.
밤낮으로 어전에서 칼싸움을 하여 사상자가 1년에 100명이 넘었다.
그래도 문왕은 싫증을 내지 않고 칼싸움을 좋아하여,
그런 상태로 3년이 지나자 나라가 쇠하여서 제후들이 조나라를 멸망시키려 엿보게 되었다.
태자 회가 이를 걱정하여 좌우의 사람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누구든 임금의 마음을 설복시켜 검객들을 기르는 일을 멈추게하면 천금을 상으로 내릴 것이다."
그 중 누군가가 말했다.
"장자라면 할 수 있을겁니다."
태자는 이에 사람을 시켜 천금을 가지고 가서 장자를 데려오게 했다.
그러나 장자는 그것을 받지 않고 사자와 함께 와서 태자를 만나 말했다.
"태자께서는 제게 무엇을 시키려고 천금을 내리셨는지요?"
태자가 말했다.
"선생께서 명철한 성인이라는 말을 듣고 삼가 천금을 예물로 하여 사자에게 보낸 것입니다.
선생께서 받지 않으시니 제가 무슨 말을 하리오."
"듣건데 태자께서 제게 시키실 일이란 임금에게 좋아하시는 것을 금지시키는 것이라고 하더이다.
만약 제가 위로 임금을 설복시키려다 임금의 뜻을 거스른다면 아래로는 태자의 뜻가지 저버리는게 될 것입니다.
그러하면 제 몸은 사형을 당하게 될 것인즉, 천금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만약 제가 위로 임금을 설복시키고 아래로 태자의 뜻에 들어맞는다면
조나라에서 제게 무슨 상을 내리건 안될 게 있겠습니까?"
"그렇군요. 우리 임금은 검객만 좋아하십니다."
"좋습니다. 저도 검술에는 제법 솜씨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임금께서는 좋아하는 검객은 모두 더벅머리에 살쩍은 불끈 치솟았으며,
낮에 기울어진 관을 쓰고, 장식이 없는 끈으로 관을 매고, 소매가 짧은 옷을 입었으며,
눈을 부릅뜨고 말을 더듬거립니다.
임금께서는 그래야만 좋아하십니다.
지금 선생께서 유복을 입고 임금을 뵈려 한다면 일을 반드시 그르치게 될 것입니다."
"검복을 갖추어 주십시오."
사흘이 걸려 검복이 갖추어지자 장자는 태자를 만났다.
태자는 그를 데리고 임금을 만나러 갔다.
왕은 칼을 뽑아들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자는 궁전 문으로 들어가면서도 잰 걸음을 걷는 예의를 지키지도 않고,
임금을 보고도 절을 하지 않았다. 임금이 말했다.
"그대는 무엇으로 나를 가르치려고 태자로 하여금 소개하도록 하였소?"
"저는 대왕께서 칼을 좋아하신다는 말을 들었기에 칼로써 임금을 뵈려합니다."
"그대의 칼은 몇사람이나 대적할 수 있소?"
"저의 칼은 열 걸음 마다 한사람씩 베어 천리를 가도 아무도 가로막지 못합니다."
"천하무적이로고!"
"대개 검술이라는 것은 상대방에게 이쪽의 허점을 보여줌으로써 이로 상대를 유인하고,
상대보다 늦게 칼을 뽐으면서 상대보다 먼저 공격하는 것입니다.
한번 실제로 이를 시험해보이고 싶습니다."
"선생꼐서는 우선 좀 쉬시오. 객사로 물러가 명을 기다리시오. 시합준비를 갖추고 선생을 모시리다."
임금은 곧 검객들을 7일동안 시합을 시켜 60여명의 사상자를 낸 뒤,
그 가운데 5, 6명을 골라 궁전 아래 검들 받들고 늘어서게 했다.
그리고 장자를 불러 말했다.
"오늘은 시험삼아 검객들로 하여금 검술을 겨루어보게 하겠소."
"오랫동안 이 날을 기다려 왔습니다."
"선생이 평소에 쓰던 칼은 길이가 어떻게 되오?"
"제가 쓸 칼은 아무래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제게 칼이 세 개있는데, 임금께서 원하시는 대로 쓰겠습니다.
먼저 이것을 설명드린 뒤에 시합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 세가지 칼이라는 것을 듣고 싶소."
"천자의 칼이 있고, 제후의 칼이 있으며, 서민의 칼이 있습니다."
"천자의 칼이란 무엇이요?"
"천자의 칼이란 연나라를 계곡과 변방의 석성을 칼끝으로 하고, 제나라의 태산을 칼날로 삼으며,
진과 위나라가 칼등이 되고, 한나라와 위나라가 칼집이 되며, 사방의 오랑캐들로 씌우고,
사계절로 감사서, 그것을 발해로 두르고, 상산을 띠삼아 묶고, 오행으로 제어하고, 형벌과 은덕으로 논하며,
음양의 작용으로 발동하고, 봄과 여름의 화기로 유지하고, 가을과 겨울의 위세로 발휘케합니다.
이 칼을 곧장 내지르면, 앞을 가로막는 게 없고, 아래로 내리치면 걸리는게 없으며, 휘두르면 사방에 거칠 게 없습니다.
위로는 구름을 끊고, 아래로는 땅을 지탱하는 큰 줄을 지를 수 있습니다.
이 칼은 한번 쓰기만하면 제후들의 기강이 바로서고, 천하가 모두 복종하게 됩니다.
이것이 천자의 칼이지요."
문왕이 멍하히 바라보다 말했다.
"제후의 칼은 어떻소?"
"제후의 칼은 용기있는 자로 칼끝을 삼고, 청렴한 사람으로 칼날을 삼으며, 현명하고 어진 사람으로 칼등을 삼고,
충성스러운 이로 칼자루의 테를 삼으며, 호걸로 칼집을 삼습니다.
이 칼 역시 곧장 내지르면 앞에 가로막는게 없고, 위로 쳐올리면 위에 걸리는게 없으며,
아래로 내리치면 아래로 걸리는게 없고, 휘두르면 사방에서 당할 것이 없습니다.
위로는 둥근 하늘을 법도로 삼아 해와 달과 별의 세가지 빛을 따르고,
아래로는 모가 난 땅을 법도로 삼아 사계절을 따르며, 가운데로는 백성들의 뜻을 헤아리어 사방의 온나라를 편안하게 합니다.
이 칼을 한번 쓰면 천둥소리가 진동하는 듯하며, 나라 안 사람들이 복종하지 않는 이가 없게 되어 모두가 임금님의 명을 따르게 됩니다. 이것이 제후의 칼이지요."
"서민의 칼은 어떻소?"
"서민의 칼은 더벅머리에 살쩍은 비쭉 솟았으며, 낮게 기운 관을 쓰고,
장식이 없는 끈으로 관을 묶었으며, 소매가 짧은 옷을 입고,
부릅뜬 눈에 말을 더디하면서 임금님 앞에서 서로 치고 받으며 싸우되,
위로는 목음 베고, 아래로는 간과 폐를 찌릅니다.
이것이 바로 서민의 칼이며, 이른 바 투계와 다를게 없습니다.
일단 목숨을 잃고 나면 이미 나라일에 쓸모가 없게 되는 것이지요.
지금 임금님께서는 처자와 같은 자리에 계시면서도 서민의 칼을 좋아하시니 저는 황공하오나 임금님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임금은 그 말에 장자의 옷소매를 잡아 끌고 궁전 위로 올라갔다.
요리사가 음식을 올렸으나 임금은 세번이나 그 둘레를 맴돌 뿐이었다.
장자가 말했다.
"임금께서는 편히 앉으시어 마음을 가라앉히십시오.
칼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다 아뢰었나이다."
그로부터 석달동안 문왕은 궁전을 나가지 않았으며 검객들은 모두가 그 자리에서 자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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