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구설관(口舌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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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周易)에는 말씀하기를 그 볼에 멈춘다라고 하였고 말하는 것은 질서가 있어야 된다고 하였다. 또 말씀하기를 말을 잘 수련해서 그 정성을 세우는 것은 모든 직업을 하는 데에 들어가는 까닭이 된다고 하였다.
공자(孔子)는 말씀하기를 군자는 말은 잘하지 못하는 것 같으나, 행동에서는 민첩하라고 하였다.
노자(老子)는 말씀하기를 입을 닫아버리고 그 문을 막아버리면 일평생동안 부지런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이것은 다 말을 조심해서 감히 조심성없이 망령된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라.
대개 입과 혀라는 것은 나가고 들어오는 문호가 되는 것이며 옳고 그름을 시비하는뿌리의 싹이 되는 것이니 사람의 절개와 정조의 관계가 되는 것이고 사람들의 덕행과 관련이 되니 군자가 되는 것과 소인이 되는 것도 여기에서 있는 것이고 바른 사람과 간사하고 편백된 사람도 여기에서 구별이 된다.
재화를 불러들이고 복을 이루는 일과 성공하고 실패하는 것도 말조심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군자들은 마음속으로 의논해본 뒤에 그 말한 것이 가히 말할 수 있다면 바야흐로 말을 하고 말하는 것이 옳지 않다라고 생각되면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혹은 말을 해서 이 세도에 대해서 인심에 대해서 유익하기도 하고 혹 말을 해서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지선(至善)의 도리에 옮아가게 하며 허물을 고치게도 하며 혹 말을 해서 사람들에게 간사한 것을 제거하고 바른 곳으로 돌아가도록 권유하기도 한다. 혹 말을 해서 모든 사람을 위해서 방편적으로 어려운 것을 풀어주기도 하며 혹은 말을 해서 남들을 위해서 악한 것을 숨겨주고 착한 것을 들추기도 한다.
결코 망령된 말과 가볍고 허황한 말을 하지 말아야 하니, 이것은 입을 닫아버리고 말을 하지 말라는 말이다.
특별히 한말을 이미 입에서 나타나게 되면 삼화라하는 큰 말들이 따라오기가 어렵게 되고 서서있는 동안에 당장에 재화와 복을 볼 수 있게 되니 말이라는 것은 가히 조심아니 할 수가 없는 것이라.
말하는 데에 말조심을 하지 않는다면, 남을 상하게 할 뿐 아니라 자기 스스로도 허물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 구설을 가지고 해로움이 됨은 예리하기가 칼날과 같고 독기야말로 짐새(짐새는 독조로 이 새의 깃으로 술을 담가 마시면 사람이 죽는다함)와 같으니 어찌 적다고 할 수 있으리요.
이 세상의 호도(糊塗) 학인(學人)들은 이익과 해로움도 알지 못하고 이 입과 혀의 움직임을 가지고 적다고 해서 가히 이익 됨을 가지고서 문득 재능이 있다라고 하고 잘 변론을 함으로 그 사람이 참뜻을 얻었다고 하며 혹은 사람의 단점을 말하기도 하고 혹은 자기의 장점을 남한테 자랑을 하며 혹은 되는대로 말을 하고 괴이한 말대답도 한다.
혹은 옳은 것을 말하지만 혹은 나쁜 것도 의논을 하며 혹은 앞의 말을 하면서 뒤에 실하기도 한다. 믿음을 잃어버리기도 하며 혹은 빈말을 해서 행동이 미쳐가지 못하며 혹 미친 말을 해서 큰 재화의 발단이 되기도 한다.
혹은 높은 것을 이야기하다가 참 진실함이 없기도 하며 혹은 밝은 날에 남을 저주하기도 하고 혹은 공교한 말대답을 하고 참람하고 참녕하며(재주가 있지만 마음이 바르지 못함) 혹은 말로 가지고서 일을 실패되기도 하고 혹은 말을 가지고서 남을 상처를 내기도 하니 이런 것은 다 해가 되면 되었지 유익함은 없다. 말하는 것이 무엇이 귀중하단 말인가, 말하지 아니하여 현묘하게 되는 것보다 못하다.
내가 참으로 도를 배우는 사람에게 권유하노니 속히 구설관(口舌關)의 이 출입구를 가지고 이것을 타파하고 통달해서 입으로는 망령되게 입을 열지 말고 혀로는 망령되게 움직이지 말아서 예절이 아닌 것은 말하지 말고 말을 한다면 반드시 진리의 예절로서 해서 그 말을 수련해서 그 정상을 확립하고 말을 하되 말조심해서 행동을 삼가며 말하는 것을 가벼이 아니한다면 반드시 적중함이 있을 것이다.
말하는 것과 말대답하는 것은 마음의 소리가 되는 것이며 혀라는 것은 마음의 싹이 되는 것이니 입과 혀의 움직임이 바르지 못하면 곧 그 사람의 마음 밭이 바르지 못함을 알 수 있고 마음 밭이 바르지 못하면 근본뿌리가 이미 무너지게 되어서 그 사람의 심성이 이미 어두워지고 생명은 요동하게 되며 정신이 남모르게 상하게 되어서 망령된 생각을 하니 도를 밝히고 도를 수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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